최종편집 2018.12.12 수 14:38 로그인 | 회원가입 | 자유게시판
> 뉴스 > 시론/칼럼
     
국정철학과 정책의 불확실성
엔저현상, 금리정책은 정부당국간 엇박자 빚어
경제민주화… 한다는 건지 안한다는 건지 헷갈리게 해
금융계 인사도 전문성보다는 낙하산에 가까워 혼란
2013년 05월 08일 (수) 13:42:30 방경호(언론인) webmaster@fnplus.co.kr

   
▲ 방경호(언론인)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지났으나 어디서도 활기찬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과 경제정책 등이 제시되면서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된다.

이미 미국은 ‘오바마 효과’가 있었고, 일본도 현재 ‘아베 효과’가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효과’는 아직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침내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재계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을 새 정부의 ‘4대 국정철학’이라 재차 정의했지만 이는 경제주체들의 의구심과는 거리가 먼 답변이다.

국정철학은 이를 구현할 정책이 적시에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한낱 구호로 밀리고 만다. 그 중에서도 경제에 있어 정책의 불확실성은 독이나 다름없다.

당장 일본 엔화의 저평가 현상은 수출기업들에게 있어선 발등의 불이다.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무차별적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 돌파가 목전에 닥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기업들의 원ㆍ엔 환율 기준 손익분기점은 100엔당 1316원으로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대부분 손실권으로 진입했다. 엔저현상이 장기화하는 경우 수출기업들로서는 채산성에 치명타를 피하기 어렵다.

국내 GDP의 70%를 넘어서고 있는 수출경기마저 악화되면 가뜩이나 저성장 궤도에 접어든 실물경제는 북한의 핵위협과 함께 더욱 위기면역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경제민주화 논란에 휘둘린 채 적시 대응에 미적거리고 있다.

엔저 장기화, 또 다른 금융위기 부르지 않을까 우려
일부에서는 또 다른 외환위기가 들이 닥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995년 10월 이후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경상수지도 적자폭을 확대시켰으며 결국 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상기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의 금융위기가 원화 대비 엔화 약세가 확대 또는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아베노믹스의 파상공세가 심화할 경우 과도한 자본유입, 이른바 ‘엔 캐리트레이드’를 우려하고 이로 인한 원화 강세를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듯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은 관계 당국간 엇박자를 보여 불확실성만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자 몇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MB정부는 국가 채무의 증가를 앞세워 끝까지 균형 재정만을 고집해 부동산 시장 등 실물경기 부양에 실기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장을 180도 바꿔 대규모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한은이 금리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6%로 낮추고,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금리는 최소한 6개월 앞을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인데 이번 금리동결은 “6개월 후의 경기를 전망할 때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금리가 2.8% 성장을 전제로 전망치가 2.6%로 낮아졌다면 금리도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이날 동결조치는 금리정책의 불확실성만 한층 높여준 셈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해 시장은 한은이 이를 수용할 것으로 받아들였던 터라 혼란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리정책은 적기가 아니면 실기인 것이다.

재계, 경제민주화 어느 장단에 춤출지 막막하기만…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도 커다란 경제 불안 요인이다.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민주화의 과도한 논의를 지적하고, 대기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대기업 스스로 국민과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민주화는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이 열심히 노력해 꿈과 성공을 이루며 희망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관심사인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기업지배구조개선, 금산분리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방향은 간헐적으로 흘러 다니는 설만 무성하다. 기업들로서는 좌불안석에 눈치만보고 있자니 일이 될 리 만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투자 확대를 주문하고는 있지만 기업들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투자를 가로막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도 저도 아닌 불확실성이라는 점을 정부는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공공기관장 인사… 벌써부터 코드ㆍ낙하산 재현 우려 나돌아
공공기관 인사에서도 불확실성은 두드러진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공공기관장의 기준으로 ‘전문성’과 ‘국정철학의 공유’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홍기택 교수가 임명되면서 또 다시 인사의 불확실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홍 회장이 금융학자인 점과 금융사 사외이사 등의 이력을 임명 배경으로 설명했지만 금융계에서는 전문가보다 국정철학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반응이다. 당장 금융권은 지주사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내부 다툼과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전직 고위 관료에서 관변의 학자들, 전직 은행장들이 대부분이다.

마침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나서 “먹고 살만한 분들인데 인사에 너무 민감한 건 좀 그렇다”고 말하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일 정도다. 이팔성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어윤대 회장의 임기가 한참 남은 KB금융지주 등도 벌써부터 회장 자리를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하다.

금융지주에 이어 물갈이가 이뤄 질 것으로 보이는 일부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가까운 누가, 누가 뛰고 있다는 등 소문이 파다하다. 이와 관련해 금융계에서는 “지금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이미 흠결이 드러났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들로 상식선에서 볼 때 적합한 인사는 한명도 없다”고 혹평하고 있다.

공기업이 가장 많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공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감사와 경영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 고위관료가 나서서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향해 “당사자들이 사표를 내야 할지 여부를 정 모른다면 알 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을 정도다.

또한 그는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국정철학이 다르다고 판단되거나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 업무수행 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정권이 바뀌었으니 과거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임명된 인사는 나가라”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앞서 산은지주에서 보듯, 후임을 정권 창출 기여도에 따라 또 다시 논공행상으로 임명하면 악순환과 논란의 반복을 피하기 어렵다.

강만수 회장이나 이팔성ㆍ어윤대 회장의 경우도 MB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어서 당초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걸 보면 결과적으로 악순환의 재현인 셈이다.

공공기관장의 인사 실패는 역대 정권이 한결같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챙겨 온데서 비롯됐다.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들은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임기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니 합리적인 경영은 뒷전으로 밀리고 빚만 늘려 놓은 채 또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 전문가 발탁으로 혁신하는 모습 보여야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특히 금융부문에선 실물경제의 창조역량을 제고하고, 신성장ㆍ새일자리 창출분야를 발굴하는데도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책금융을 강화해 혁신형 중소기업의 발굴과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성숙기 중소기업의 사업구조조정을 비롯해 중견기업의 단계적 도약을 뒷받침하는 것도 금융의 몫이다. 국민행복기금이 신용회복지원에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하지만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을 살리는 역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제윤 금감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튼튼한 금융, 미래창조 금융, 금융의 주력산업화, 따듯한 금융을 구현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지주회사의 전횡 논란 등과 관련해 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되 제도보다는 실제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모색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진출을 통한 선진화 및 취약 부문의 감독강화, 금융사 지배구조 및 여신관행, 경영형태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규율확립, 자본시장의 공정거래확립, 중소기업과 금융소비자보호, 기업 살리는 금융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금융회사의 CEO가 돼야 하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지주사 회장뿐만 아니라 은행장을 비롯해 수많은 금융기관장들의 교체가 남아있다. 공공기관의 장을 뽑을 때는 전문성과 경영 능력이 주요 잣대가 돼야 함은 물론 도덕성 또한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부터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방경호(언론인)의 다른기사 보기  
ⓒ 금융플러스(http://www.fnplu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금융플러스 소개광고문의제휴문의정기구독신청구독료 보내실 곳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일간금융플러스 | (08298)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3, 413호 (구로동, 선경오피스텔) | Tel. 02-2278-3302 | Fax. 02-2278-3304
발행·편집인: 양해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양해철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0914 | 등록일자 : 2009년 7월 17일
Copyright 2009 금융플러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nplus.co.kr
금융플러스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