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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금융이 화폐와 함께 숨 쉬는 곳,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013년 01월 15일 (화) 16:10:08 전지혜 기자 jeon@fnplus.co.kr

최근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체험학습 및 경제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미래의 고객이 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1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은 본관 1층에 화폐박물관을 개관, 자칫 딱딱하기 쉬운 화폐와 금융에 대해 누구나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1910년대에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한국은행 본관 건물은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화폐박물관 장인석 학예사와 함께 화폐박물관 속으로 들어가 본다.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외관 모형

건물 자체가 문화재인 화폐금융박물관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국은행 본점 건물은 조선총독부청사, 경성우체국, 경성역사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전반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지난 1981년 국가 중요문화재인 사적 제280호로 지정된 바 있다.

지난 2001년 개관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국내외 진귀한 화폐는 물론 화폐의 제조과정, 돈과 관련된 경제 상식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으며, 다양한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다.

화폐박물관은 1층과 중2층, 2층 총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은 4개의 존으로 나눠져 각각 구역별로 한국은행과 화폐 등에 대한 전시물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중2층에는 화폐와 관련된 기기 및 기증받은 화폐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세계 각국의 화폐들과 기획전시실, 한은갤러리 및 체험학습실이 마련돼 있다.

화폐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연2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더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 및 강좌를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은행과 화폐의 역사를 한 눈에!
박물관 관람 시 특별한 법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시대 순이나 전시해 놓은 기획 의도 등을 생각하며 관람하는 것이 전시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곳 화폐박물관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느 곳을 먼저 보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화폐박물관에서는 흐름에 따라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장의 구역과 층을 나눠 놓았기 때문에 그 순서를 따르면 이해도 잘 되고, 동선도 겹치지 않아 더 효율적인 관람을 할 수 있다.

   
▲ 장인석 학예사
1층부터 소개하자면, 우선 1층은 ▲1존 우리의 중앙은행 ▲2존 화폐의 일생 ▲3존 돈과 나라경제 ▲4존 화폐광장 등 4개의 존으로 나눠진다. 1존인 ‘우리의 중앙은행’ 전시실에서는 한국은행의 역사와 하는 일 및 중앙은행 제도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2존인 ‘화폐의 일생’ 전시실에서는 화폐의 제조 및 순환과정, 위ㆍ변조 화폐 식별법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자신이 실제 가지고 있는 지갑의 돈을 꺼내어 이것이 위조 또는 변조된 화폐인지 직접 식별해 볼 수 있는 위조지폐식별기도 준비돼 있고, 각각의 화폐에 숨겨진 그림이나 글씨 등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스크린도 마련돼 있어 이를 확인해 보려는 관람객들로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이기도 하다.

3존인 ‘돈과 나라경제’ 전시실은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비롯한 우리경제 전반에 대한 사항들을 알아볼 수 있으며, 4존인 ‘화폐광장’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 등지에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용된 화폐들과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화폐박물관 내에서 장 학예사가 가장 추천하는 전시실 중 한 곳이기도 한 ‘화폐광장’에서는 과거 선조들이 사용했던 화폐들을 통해 우리나라 및 주변국들의 역사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화폐광장에는 역사적인 일들을 기념하고 각종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세계 각국의 기념주화들도 다수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기념주화가 발행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최초 기념주화인 ‘대한민국 반만년 영광사 기념주화’만 초기 기술 부족 및 기타 사정으로 인해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발행ㆍ판매됐고, 이후 만들어진 ‘광복 30주년 기념주화’부터는 순수 국내 기술로 우리나라에서 제조 및 판매되고 있다.

아울러 이곳에는 조선시대의 기념주화라 할 수 있는 ‘별전’도 전시돼 있어 과거와 현재의 기념주화를 동시에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문화, 동물, 인물 등 이색적인 주제로 구분해 놓은 세계 각국의 기념주화들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 위폐확인
박물관에서 하는 숨은그림찾기!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과 같은 우리나라 은행권에는 화폐의 위ㆍ변조를 막기 위한 많은 식별장치를 해두고 있다.

빛에 비춰 봤을 때 5만원권의 경우 신사임당의 초상이, 1만원권의 경우 세종대왕의 초상 등이 나타나야 한다거나 홀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은 일반인들도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은행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은그림찾기처럼 곳곳에 미세문자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쓰고 있는 돈이지만 평소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ㄱㄴㄷㄹㅁㅂㅅㅇ…’이라는 한글 자음이나 ‘10000WON’, ‘10000’ 등 숨겨진 글자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엽전이란 말의 탄생, 상평통보
1층 관람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통로에 ‘상평통보 갤러리’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유일한 법화였던 상평통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상평통보는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 많을 정도로 조선 말기까지 꾸준히 유통됐던 화폐인데, ‘천운지방’이라 해서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는 모양을 본 떠 만들어 졌다. 기억할 만한 것은 상평통보 뒷면에 주조한 관청이 있는 지역 명을 표시하도록 했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호(戶)는 호조, 함(咸)은 함경감영, 평(平)은 평안감영, 상(尙)은 경상감영, 전(全)은 전라감영 등을 의미했다. 이는 일명 책임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상평통보 주조 시 구리나 아연 납 등의 비율이 일정하도록 관리해 전국적으로 상평통보의 가치가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 동전 피라미드
또한 우리가 옛날 돈을 보고 ‘엽전’이라 일컫는 것도 상평통보의 제조과정에서 등장하게 됐다. 상평통보는 주조틀에 녹인 쇳물을 부어 만들게 되는데, 모양 틀이 나무 모양이어서 이를 돈나무라 불렀고, 이렇게 만들어진 돈나무는 마치 가지에 나뭇잎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동전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라 엽전(葉錢)이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사용됐던 화폐이니 만큼 상평통보는 우리의 경제생활은 물론이고 언어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보통 우리가 아주 적은 돈조차 없을 때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여기서 땡전은 고종 3년(1866년) 흥선대원군이 발행한 상평통보의 일종인 당백전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당백전이 너무 많이 발행돼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때부터 가치가 낮은 돈을 부를 때 ‘당백전’을 줄인 ‘당전’이라 말하게 됐고, 이를 다시 세게 발음해 ‘땅전’에서 ‘땡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 엽전 한 장을 뜻하는 ‘푼’이라는 말이 더해져 ‘땡전 한 푼’이라는 표현이 생기게 된 것이다.

노름이나 내기를 하면서 돈을 많이 딴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돈을 조금씩 나눠 주는 것을 ‘개평’이라 한다. 개평 역시 상평통보와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 때는 상평통보의 상평을 줄여 ‘평’이라고도 불렀는데, 이후 평이 돈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 보통 노름 등을 하면서 돈을 나눠줄 때는 잔돈인 경우가 많아 평 앞에 셀 수 있는 작은 단위라는 뜻의 ‘개(個)’ 자를 붙여 개평이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금과 돈방석
1층과 상평통보 갤러리에서 화폐의 역사와 금융 지식을 공부했다면 중간 2층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우선 ‘금과 화폐’ 전시실에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금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돼 있고, ‘화폐기기’ 전시실에는 화폐를 셀 때 쓰는 계수기나 분류기 등 화폐와 관련된 각종 기계들이 전시돼 있다.

   
▲ 금과 기념주화
특히 이곳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곳은 못 쓰게 된 돈이 어디에 재활용 되는지에 대한 소개가 있는 코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돈은 약9억장에 달하는데, 이는 5톤 트럭 194대 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렇게 못 쓰게 된 돈은 잘게 잘려진 뒤 방진재와 같은 자동차 부품이나 보도블럭 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는 우리 은행권이 종이가 아닌 100% 면섬유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면섬유는 종이에 비해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질기고 강해 잘 찢어지지 않고, 쉽게 더러워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권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어 중2층에는 ‘기증화폐’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이곳은 각계의 인사들이나 수집가들이 기증한 화폐들로 구성돼 있는데, 독일의 긴급화폐나 재정러시아 때 화폐 같은 세계의 화폐들을 볼 수 있고, 화폐를 붙여서 파는 달력, 잘라서 쓸 수 있는 지폐 등 화폐와 관련된 색다른 전시물들도 만날 수 있다.

중2층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의자가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의자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저 복도 옆에 있는 의자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투명한 의자 내부에 돈이 가득 차 있다.

각각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으로 만들어진 의자 3개가 있는데, 이 의자를 만들려면 1만원권의 경우 약1억7000만원, 5000원권의 경우 약8600만원, 1000원권의 경우는 약1800만원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돈방석인 것이다. 물론 새 은행권이 아니라 수명이 다해 못 쓰게 된 은행권을 가지고 만든 것이긴 하나 언제 이런 돈방석에 앉아보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들리게 된다면 잠깐이라도 꼭 앉아보길 추천한다.

   
▲ 세계화폐
신구의 완벽한 조화 ‘세계의 화폐’

2층에 올라가 실제와 흡사하게 꾸며 놓은 모형금고 옆을 지나가면 1층에서 본 고대의 화폐들과는 대조적으로 첨단 장비들이 무장돼 있는 ‘세계의 화폐’ 전시실을 만날 수 있다.

장 학예사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전시실이기도 한 이곳은 입구 바닥은 물론 양 옆의 벽이 세계 화폐들로 가득 차 있으며, 동물이나 식물, 인물들이 그려진 화폐부터 현재 통용되고 있는 화폐들까지 각 나라별로 모두 전시돼 있다.

꼭 미래의 도서관을 보는 것처럼 벽에 꼽혀 있는 각 나라의 화폐들을 꺼내면 바로 옆에 있는 스크린에 그 나라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함께 나타난다.

또한 동 전시실 중앙에는 알파벳 ‘U’자를 옆으로 뉘어 놓은 듯한 모양의 거대한 스크린이 있는데, 스크린 상에 떠다니는 화폐를 손으로 터치하면 해당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와 화폐에 그려진 인물에 대한 설명이 나타난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된다.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체험학습실
박물관 견학을 하며 화폐의 역사와 금융에 대해 공부했다면 이에 대한 복습은 필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체험학습실에는 친구와 함께 어느 나라 화폐인지 맞추는 게임은 물론 화폐단위 맞추기 퍼즐, 퀴즈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한 손수 상평통보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기와 장소도 마련돼 있어 안내데스크에서 금색 책갈피를 사서 직접 찍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고, 사진을 찍어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담아 볼 수도 있다.

기획전시실과 한은갤러리 및 기타 프로그램들
기획전시실은 1년에 한 번 전시가 바뀌는데, 올해는 아름다운 화폐 식물원 ‘머니가든’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화폐는 물론 세계 각국의 화폐에 그려진 꽃과 나무들을 모아 진행하고 있다.

한은갤러리는 1년에 2번 개최되며, 한국은행 창립기념일이 있는 6월에 변경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한국 근대회화의 재조명 ‘명품의 향기’이며,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명작들과 한국 근대미술계를 이끌었던 거장들의 예술혼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화폐문화 강좌나 음악이 흐르는 박물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강좌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금융교육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매달 변경되는 강좌의 내용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역사와 미술사를 전공한 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입사한 장인석 학예사는 박물관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이나 프로그램들을 직접 기획하고 있다. 틈틈이 관람객들을 위한 화폐문화 강좌도 진행하는 그는 자칫 딱딱하기 쉬운 금융권의 역사와 정보를 보다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수고를 즐기는 듯 보였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과 설, 추석 같은 휴일에만 문을 닫는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언제든지 오가기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매일 오전 11시와 3시에 진행되는 전시 설명을 이용한다면 더욱 알찬 견학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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